전봇대가 사라진 순천, 흑두루미와 시민 모두가 안심하는 도시로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8-01 11: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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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를 위한 혁신에 이어 인간을 위한 도시공간 혁신으로
▲ 전봇대가 사라진 순천

[뉴스스텝] 대한민국 지방도시들은 인구감소, 고령화, 도시 경쟁력 저하 같은 구조적 위기를 안고 있다.

이러한 시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순천시는 오래전부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를 지향해왔다.

순천은 자연이 만들어 낸 순천만습지에 인간의 힘으로 만든 정원을 더해 도시의 생태 경쟁력을 높이는가 하면, 사람과 기업 모두 머물고 싶은 도심 속 정주환경을 만듦으로써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항할 지방도시 대전환을 시작하고 있다.

◇ 전봇대 철거로 생태·경제 모두 살린 순천의 기적

2008년, 순천시는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의 안전한 월동을 위해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매년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와 철새들이 전깃줄에 걸려 다치거나 폐사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순천만습지 주변 농경지 일대의 전봇대와 전선을 대대적으로 철거하는 생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시는 282개의 전봇대와 12,000m에 달하는 전선을 철거하고, 흑두루미와 철새들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섰다.

이는 국내외에서 ‘철새를 위해 전봇대를 제거한 세계 최초 사례’로 주목받았으며, 전봇대 철거 전 167마리에 불과했던 흑두루미 개체수는 순천시의 꾸준한 습지 복원 노력과 친환경 농법 전환 등에 힘입어 2024년 기준 7,600여 마리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써 순천만은 국내 최대의 흑두루미 월동지로 자리 잡았으며, 2024년 기준 420만 명의 생태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지역경제를 든든히 떠받치게 됐다.

17년 전 순천이 생태보전을 위해 뿌린 볍씨가 지역 경제 선순환이라는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 흑두루미를 위한 혁신에 이어 인간을 위한 도시공간 혁신으로

순천시는 흑두루미가 머무는 생태적 공간만큼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공간 역시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최근 송전선 지중화 사업을 통해 도시 경관을 정비하고 생태도시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시는 지난 7월 11일 해룡면 상삼사거리~왕지2지구까지 이어지는 6km 구간의 송전선 지중화를 위한 지하 매설구간 공사를 완료했다.

2026년 7월 최종 사업이 완료되어 공중에 얽히고설켜 있던 전깃줄이 사라진다면 시민들의 안전감이 높아지고, 도시 전체의 미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중화 사업은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간 집중호우나 태풍, 폭설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송전선로가 단선되거나 전봇대가 쓰러지는 사고 위험이 있었으나, 지중화를 통해 정전 사고 위험은 물론, 감전, 화재, 차량과의 충돌 사고까지도 줄일 수 있게 됐다.

◇ 순천, 끊임없는 정주여건 개선으로 관계인구․기업까지 공략한다

이렇듯 전선 지중화 사업은 도심 미관 개선, 안전사고 예방, 재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2023년 기준 지중화율이 서울 62%, 인천 47%, 전남 9.3%, 경북 7.8% 등으로 조사되는 등 수도권과 지역 간 편차가 매우 크다.

지중화 예산의 50%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도시 미관, 안전 문제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지봉로 일대 고압송전로 지중화와 송전탑 철거 또한 지역 주민들이 10여 년간 요구해 온 숙원사업이었지만 인구 밀집에 따른 불편 최소화,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가 순천시와 시의회, 그리고 시민들의 지속적인 협력과 노력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한편 순천시는 추후 도시재생, 습지복원 등의 사업과 연계해 도심권 전선 지중화 비율을 높여가고, 쾌적하고 안전한 정주여건 조성에 꾸준히 투자할 방침이다.

이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관계인구(생활인구)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순천의 우수한 정주여건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인구, 생산성 등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같은 현상에 대응할 만한 곳은 남해안벨트뿐”이라며 “순천은 지방 분산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기에 최적인 도시로, 출산부터 양육, 일자리, 문화와 정주여건까지 젊은 세대가 기꺼이 수도권을 포기하고 선택하기에 충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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