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편찬원 '근현대 서울 속 `주변인`의 삶과 관계성' 발간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3-05-08 13:35:04
  • -
  • +
  • 인쇄
근현대 서울의 약자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근현대 서울 속 ’주변인’의 삶과 관계성' 표지 사진

[뉴스스텝]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역사중점연구 제14권 '근현대 서울 속 ‘주변인’의 삶과 관계성'을 발간했다. 이번 연구집에 수록된 6편의 연구 논문은 개항 이래 서울에 살면서 ‘주변인’으로 분리됐던 사회적 약사들의 역사를 조명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의 역사 중 아직 개척되지 않았거나 취약한 분야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2016년부터 '서울역사중점연구' 시리즈를 기획하여 편찬하고 있다. 신진연구자을 육성하고 ‘서울 역사 전문가’의 저변을 꾸준히 확대하기 위함이다.

먼저 김헌주(한밭대 교수)의 '근대전환기 서울의 근대적 변화와 주변인들의 소외'에서는 개항 전후 시기 한성의 ‘주변인’들을 살펴보았다.

19세기 말~20세기 초 경제적 변화와 반복되는 재해, 외국인의 유입 등으로 서울에는 많은 유랑민과 빈민이 생겼다. 성균관에 소속되어 소고기 장사나 전통연희에 종사하던 ‘반인(泮人)’, 경강 일대에 사는 ‘강민(江民)’, 경기 지역에 유리걸식하다가 떼를 지어 서울에 출몰하는 ‘화적’은 조선 후기 이래 서울에 존재했던 ‘주변인’이었다.

한편 서울에 외국인이 유입되고 철도 부설·도시개조사업 등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주변인들은 전차에 돌을 던지는 등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며 자신을 주변화하는 근대화에 저항하기도 했다.

두 번째 논문인 김정인(춘천교육대 교수)의 〈20세기 전반 경성·서울의 부랑 나환자 출현과 정치·사회적 대응〉에서는 일제강점기 경성에 부랑 나환자들이 출현하면서 문제가 대두하게 된 배경과 그 대응을 해방 이후까지 함께 다루었다.

서울은 수도였기에 나환자들이 수용과 치료를 기대하고 모여들며 부랑하던 도시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소록도자혜의원 설립과 '조선나예방령' 공포 등을 통하여 나환자들을 강제격리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나환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에 기반한 배제 논리를 내면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제강점기 이래로 나환자들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려는 도시민의 압력은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어, 나환자촌에 있는 나환자들은 수용소로 이전·격리됐다. 수용의 혜택에 배반을 느낀 나환자들은 도주함으로써 다시 도시의 부랑 나환자가 됐다.

세 번째로 이명학(한국교원대 연구원)의 '일제강점기 경성의 철거반대운동과 불량주택 주민의 정치문화'에서는 일제강점기 불량주택 주민들이 주도한 집단행동인 철거반대운동을 분석했다.

일제강점기 경성에는 판잣집이라 불리는 불량주택이 급증했고, 개발에 따른 불량주택 철거가 이루어지자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철거를 막으며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경성에서는 1923년부터 1941년까지 2만 5,000여 명이 50여 건이 넘는 철거반대운동에 나섰고, 지역적으로는 불량주택이 밀집한 동부지역에서 가장 활발했다.

불량주택에 살고 있던 빈민들은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결정이 가능한 공론장을 마련하여 함께 대항했고, 지주의 퇴거명령을 무시하거나 혹은 행정당국에 자신들의 처지와 자활 의지를 담은 진정서 제출 등을 통하여 자신들의 주체성을 표출했다.

네 번째로 소현숙(동아대 교수)의 〈해방 이후~1970년대 서울 지역 농인의 삶과 ‘농 공동체’〉에서는 서울 지역 중심의 농인 생활 실태와 농인 공동체의 형성 과정을 다루었다.

농인은 해방 이후 법적 위상이 변화했음에도, 1970년대 후반까지 농인에 대한 사회복지 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장애인으로 냉대와 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특히 이들에 대한 교육은 서울농아학교를 제외하고는 민간인들의 자선사업에 의지하고 있었다.

농인들의 개별적인 결집과 집단문화는 1946년 조선농아협회 및 서울 영락교회 농아전도부 창립을 시작으로, 1970년대를 거치며 농학교, 농인교회, 농인단체와 구락부 등 다양한 공동체로 확대됐다. 이들 공동체는 정치적 의견을 결집하기도 하고 집단작업장과 같이 사회적 차별 속에 취업과 자활의 기회를 모색하는 장이 됐다.

다섯 번째로 금보운(영남대 연구교수)의 '해방 이후 서울 지역 ‘기지촌’과 ‘미군 위안부’의 변화'에서는 서울의 미군기지 인근에 형성된 기지촌에서 주로 미군을 상대했던 여성 ‘위안부’의 지위변화를 살펴보았다.

이태원에 기지촌이 들어선 것은 1958년 무렵으로 이후 이태원과 미군이 주둔하던 영등포에 ‘미군 위안부’들이 주로 거주했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군이 감축되고 영등포 미군기지가 폐쇄되고, 국제화 과정에서 1997년 이태원이 서울시의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성매매 업종은 점차 사라졌다.

‘미군 위안부’를 집단화해 ‘일반인’과 분리할 목적으로 서울 내에는 자치회들이 결성됐고, 이들이 출산한 혼혈아는 별도의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 배제됐다. 하지만 이들은 미군의 폭력에 집단으로 항의하는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으며, 1970년대 이후 향토예비군에 배치되는 등 점차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되어 나갔다.

마지막으로 조수룡(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의 '북한이탈주민의 서울 정착과 ‘더불어 살기’'에서는 남북분단의 현실이 낳은 ‘주변인’인 북한이탈주민의 서울 정착과 적응의 역사를 다루었다.

2021년 기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만 15세 이상 북한이탈주민은 약 3만 명으로, 이 가운데 약 24%에 달하는 7,000여 명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양천구·노원구·강서구 등에 집중되어 살고 있고, 비경제활동 인구비율과 실업 비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며 월평균 임금은 전국 평균에 못미친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이들은 남한의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1990년대 이후 보호와 복지의 대상으로 그 시선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한사회에서 더불어 살기 위한 법적·경제적·문화적 조치들이 요구되고 있다.

'근현대 서울 속 ‘주변인’의 삶과 관계성'의 가격은 1만 원이다. 시민청 지하 1층 서울책방과 온라인책방을 통해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근현대 서울 속 ‘주변인’의 삶과 관계성'을 비롯한 '서울역사중점연구' 시리즈는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열람이 가능하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서울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층위의 ‘주변인’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만큼, 서울 속 약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동행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더 좋은 '서울역사중점연구' 시리즈를 발간하도록 많은 연구자와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뉴스스텝.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뉴스

태백시, 2025-2026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실시

[뉴스스텝] 태백시는 올겨울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비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어린이·임신부·6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오는 9월 2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예방접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태백시는 의료취약지역 특성을 고려해, 전국과 달리 65세 이상(196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전체를 대상으로 연령 구간 구분 없이 10월 15일부터 무료 접종을 실시한다.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 중

영암살이, 한 달간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뉴스스텝] 영암군이 이달 26일까지 두 지역 살아보기 체류형 정착 유도 프로그램 ‘영암살래? 영암살래!’ 참가자를 모집한다. 군서면 모정마을에 마련된 5세대 규모 단독주택에서 1달 동안 머물며 귀농귀촌을 실습하면서 영암에 정착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영암군은 참가자들이 농촌 마을 속에서 이웃과 소통하며 지역 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프로그램에는 영암군 이외 지역

단양군 새내기 공무원, 선배에게 실무 직접 배워

[뉴스스텝] 충북 단양군은 지난 17일, 임용 1년 이내 새내기 공무원 34명을 대상으로 ‘2025년 단양 새내기의 슬기로운 공직생활 입문 워크숍’을 개최했다.이번 워크숍은 새내기 공무원들이 빠르게 조직에 적응하고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됐다. 민원, 감사, 회계, 공문서 작성, 개인정보 보호 등 주요 업무 분야의 팀장이 직접 강의를 맡아 현장에서 겪는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실효성을 높였

PHOTO NEWS

더보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