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인형극으로 하나된 춘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다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7 1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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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세계인형극제, 국경을 넘나든 따뜻한 인연의 스토리 주목
▲ 육동한 춘천시장과 인형제작자 지미 데이비스

[뉴스스텝] “언어는 달라도 예술은 우리를 하나로 이어줍니다”

내달 1일까지 춘천에서 열리는 제24회 유니마총회 및 춘천세계인형극제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예술적 교감과 훈훈한 에피소드로 세계 인형극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3대가 함께 만든 추억, "딸과 손주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춘천“

이탈리아의 저명한 인형 제작자 지미 데이비스(Jimmy Davis)는 2006년부터 춘천세계인형극제와 19년간 인연을 이어온 아티스트로, 몇 달간 춘천에 머물며 퍼펫카니발에 사용된 대형 인형들을 직접 제작했다. 올해는 특별한 동반자도 함께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딸 가족이 할아버지를 따라 춘천을 찾은 것이다.

"춘천세계인형극제의 퍼레이드는 단지 걷거나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리 전체가 인형극의 도시로 살아있는 무대예요. 그래서 가족에게 꼭 춘천 거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죠.“

데이비스는 딸과 손주들과 함께 축제극장몸짓에서 춘천시청 광장까지 이어진 퍼펫카니발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수천 명의 인파 속에서 인형을 들고 함께 행진하며, 춘천은 어느새 '가족의 추억이 깃든 도시'가 됐다. 그의 손주들은 "할아버지가 늘 말씀하신 춘천의 매력을 이제 알겠다"며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다.

▲ 프랑스팀과 한국아티스트와의 사진

프랑스에서 시작된 인연, 춘천에서 다시 꽃 피우다

춘천만의 국제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재회도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춘천세계인형극제 사무국은 2023년 프랑스 샤를르빌 국제인형극축제에서 '코리아 포커스'로 참여하며 현지 아티스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눈 바 있다.

그 인연이 춘천에서 다시 꽃 피우게 됐다. 당시 사무국 직원들과 교류했던 프랑스 공연팀 'Demain on change tout'이 올해 춘천을 찾아 공연하게 된 것이다. 오랜만의 재회였지만, 마치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가운 모습이었다.

"춘천세계인형극제는 오히려 공연 외적인 교감이 더 많아요. 춘천은 가장 인간 본연의 솔직한 감정을 품어주는 관용과 포용의 도시입니다." 프랑스 연출가이자 배우 사라 르투제(Sarah Letouzey)의 말처럼, 국가 간 교류를 넘어 개인적 우정의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잃어버린 짐이 찾아준 따뜻한 춘천의 우정

▲ 스페인 CQP

스페인의 인형극단 CQP 프로덕션의 이야기는 큰 감동을 준다. 이들은 2017년 처음 춘천을 찾았지만, 도착하자마자 항공사의 실수로 공연 소품과 개인 짐을 모두 잃어버리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당장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때 춘천세계인형극제 사무국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대체 장비를 함께 마련하고, 숙박과 식사를 챙기며, 필요한 소품을 밤새워 만들어주는 등 마치 가족처럼 그들을 도왔다. 시민 자원봉사자들도 이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순간 우리는 춘천이 단순한 축제 개최도시가 아니라, 진정한 예술가들의 보금자리이자 제2의 고향처럼 느껴졌습니다." CQP 연출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마르티네스(Cristina Garcia Martinez)의 회고다.

이 고마운 경험은 상호 간 깊은 유대감으로 발전했다. 그 이후 CQP 프로덕션은 8년 연속 춘천을 찾고 있으며, 다른 축제에서 만나는 동료 아티스트들에게도 춘천을 "꼭 가봐야 할 도시"로 적극 추천하고 있다.

춘천만의 특별한 '정(情)'이 만든 세계적 명성

춘천세계인형극제는 이미 세계 인형극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특히 축제 기간 중 도시 곳곳에서 아티스트들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광경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기 때문이다.

명동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탈리아 아티스트와 춘천 시민이 서툰 언어와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 공연장 무대의 대형 인형들을 쫓는 즐거운 어린이의 모습들은 춘천이라는 도시가 가진 개방성과 따뜻한 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춘천세계인형극제 조현산 이사장은 "춘천의 힘은 화려한 시설이나 많은 예산이 아니라, 진심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마음에 있다"며 "이런 따스함이 세계 아티스트들을 매년 춘천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축제에는 총 21개국 104개 팀이 참여했으며, 이 중 약 80% 가 재방문 아티스트들이다. 이는 다른 국제축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높은 재참여율로, 춘천의 매력을 세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문화도시 춘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춘천세계인형극제가 단순한 문화 이벤트를 넘어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은 특별한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축제 문화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로 37주년을 맞은 춘천세계인형극제는 오는 6월 1일까지 계속되며, 시민들은 춘천인형극장, 문화예술회관, 축제극장 몸짓 등에서 세계 인형극인과 함께하는 특별한 추억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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