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시장 상가에서 열린 기적의 클래식 화음 ”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3-12-06 1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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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시장 상가에서 16회 공연 열려
▲ 거북시장 상가 공연

[뉴스스텝]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다. 차별이란 동일한 조건에서 다르게 인정되는 것도 차별이지만 조건 자체의 다름도 차별일 수 있다. 문화예술을 누리고 참여하는데 차별이 있을 수 없겠으나 우리 사회에는 소외된 여러 계층이 있다. 특히 재래시장 상인들이다. 이들은 이따금 찾아오는 단골고객이 끊길세라 몸이 아프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삶이 이러할진대 그들에게 문화니 예술이니 하는 말은 가당치 않은 사치일 수 밖에 없다. 내가 팔고 있는 물건을 사지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을 향해 원망이나 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재래시장에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인천 서구의 재래시장인 거북시장이다. 노점상이 입주한 거북시장 상가건물 2층 한쪽에서 지난 10월부터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동아리들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에 8번의 공연을 열었다. 벽면에는 그림이 걸렸다. 11월에는 전문 극단이 연극을 5차례 공연을 했다. 공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조명기를 몇 대 매달고 암막 커튼을 둘러쳐 불빛을 막았다. 관람객이 얼마나 올까 싶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30여 개의 좌석을 마련했는데 100여 명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시장에서 늘 자리 지키고 있는 상인들을 위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무대를 향한 관객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배우를 바라보고 대사에 귀 기울이는 그들의 마음은 무대에 몰입하고 있었다. 전화기의 진동 소리도 나지 않았다. 관람 태도도 만점이었다. 이들은 이제야 예술이라는 것을, 공연이라는 것을, 연극이라는 것을 보게됐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연극은 처음 봤다”고 했다. 이들 뿐이겠는가, 전국의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술을 접한다는 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이뿐이 아니었다. 11월의 마지막 주말 이틀 동안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버스커 10팀이 공연했고, 12월 첫날은 50인조의 오케스트라가 시장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전문예술인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아니다. 인천 서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동아리들이 모여서 만든 연주였다. 인천 서구문화재단에서 열어준 ‘생활문화 한마당’에 모이게 되면서 알음알음 만나 그야말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아마추어 연주단체이다.

연주가 끝났어도 관람객들은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뜨거운 가슴의 감동을 얼른 가라앉히고 싶지 않아 보였다. 자신이 이 자리에 있음을 감동하고 감탄하고 있었다. 기적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누가 이 시장에서 연극을 하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기적이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소외계층이 없도록 촘촘하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챙기는 것이 정부나 자치단체, 또는 지방정부의 출연으로 설립한 문화재단이 챙겨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민 스스로 일어나야 하고 그렇게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공공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인천 서구문화재단이 매월 생활문화 한마당으로 판을 깔아주니 동아리들이 신바람 났고, 그 신바람이 시장으로 번져 갔다. 재단의 기획과 지역 주민의 열정적 참여로 이루어진 재래시장에서의 기적이다.

이종원 인천 서구문화재단 대표는 “시민 스스로 만들고 누리며 공유하고 공감하며 이어가는 것이 지역 문화이고, 이러한 자생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문화재단 등 공공이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시민이 문화공감으로 감동과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문화자치이며 기초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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