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최재은: 약속(Where Beings Be)》개최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3 11: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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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은의 국내 국·공립미술관 최초 개인전으로, 대표 작품과 최신작을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심도 있게 조망
▲ '루시', 2007, 한백옥, 239.5×246×291.4cm, HDC 리조트 소장 ©이동웅

[뉴스스텝] 서울시립미술관은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최재은의 개인전《최재은: 약속(Where Beings Be)》을 2025년 12월 23일부터 2026년 4월 5일까지 서소문본관 1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5년 의제인 ‘행동’과 ‘행성’을 완결하는 프로젝트이다.

《최재은: 약속》은 조각, 영상, 설치, 건축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생명과 자연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 최재은(1953~)의 국내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으로, 기존 대표 작품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업 세계를 심도 깊게 조망한다. 특히, 보이지 않는 시간의 결과 다층적인 시공간에 주목해 온 작가의 주요 작업과 최신작을 함께 소개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 고유의 시선과 예술적 사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루시’, ‘경종(警鐘)’, ‘소우주’, ‘미명(微名)’, ‘자연국가’라는 총 5개의 소주제로 구성되며, 작가의 주요 작업을 조망하는 아카이브를 포함한 작품을 소개한다.

본 전시는 인류의 기원에서 현재의 생태 위기까지를 하나의 시간 축으로 연결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루시’는 인류의 기원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인간 존재의 출발점을 환기한다. 약 320만 년 전 인류 화석에서 착안한 이 작업은 돌과 구조물을 통해 인간만이 아닌 다종의 존재가 함께해 온 시간을 암시한다.

‘경종’에서는 실시간 해수면 온도 데이터와 바다 이미지를 결합한 영상 작업'대답 없는 지평(Horizon of the Unanswered)' 연작을 통해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의 현실을 가시화한다. 백화된 산호의 이미지는 자연이 보내는 경고로 작동하며, 인간중심적 시각을 넘어 바다와 대지가 울리는 경종에 귀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소우주’에서는 대지의 안팎에 존재하는 미시 세계로 시선을 확장한다. 땅속에 묻혔다가 다시 드러난 일본의 전통 종이 ‘와시’ 작업'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World Underground Project)'와 이를 현미경으로 포착한 '순환(Cycle)', 암석 위에 축적된 생명의 흔적을 담은 '숨을 배우는 돌(Stone that Learned to Breathe)'을 통해, 시간의 층위와 생명 간 상호작용, 그리고 미시 세계에 깃든 순환의 질서를 조망한다.

‘미명(微名)’은 작고 미미한 존재들까지도 세상을 이루는 고유한 생명으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최재은은 일상에서 마주한 들꽃과 들풀을 수집하고 그 이름을 찾아 기록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When We First Met)'는 이 과정에서 채집한 560여 점의 이름 모를 생명들을 압화하고 이름을 더한 작품으로, 식물들이 그 기원과 인간과 형성한 문화, 그리고 자신이 직면한 위기에 대해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의 응답을 기다린다. 장영규 음악감독과 협업한'이름 부르기(To Call by Name)'는 산업혁명 이후에 멸종된 대표적 종의 이름을 부르는 음향 설치 작업이다. 숨결이 깃든 목소리로 불려지는 다소 생경한 여러 이름은 차가운 표본을 살아있는 존재로 일깨우고, 우리는 주위에 사라져 가고 있는 세계의 규모와 속도를 실감하게 되는 동시에 이름을 되뇌며 그들에게 다가가게 된다.

‘자연국가’에서는 DMZ를 인간의 분단 경계가 아닌 자연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재사유한다.'대지의 꿈(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와'자연국가(Nature Rules)'를 통해 DMZ의 생태 현황을 분석하고 회복을 모색하는 구상을 제시하며, 국제 협업으로 구축된 아카이브 영상과 종자볼 전시, 관람객 참여형 플랫폼을 함께 선보인다더불어 DMZ 철조망을 녹여 제작한'증오는 눈처럼 녹는다(Hatred Melts Like Snow)'는 인간이 만든 경계와 자연의 무경계 사이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경계를 넘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한다.

'아카이브' 마지막 소주제는 최재은의 작업 세계가 형성되고 확장된 과정을 모형과 문헌 아카이브를 통해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재생조형관(Recycle Art Pavilion)', '루시(Lucy)', 해인사 '성철스님 사리기(Reliquary of Venerable Seongcheol)', '시간의 방향(Direction of Time)', 다실 '즈레(Zure)'등 주요 프로젝트의 모형은 각 작업의 개념적·구조적 실험을 가시화하며, 작품집과 도록, 평론, 도면, 스케치, 언론 기록 등 문헌 자료는 작가의 작업 전개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기간 중에는 관람객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워크숍 형태의 신작도 함께 선보인다.

워크숍은 ‘종자볼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관람객이 해바라기 씨앗을 흙과 함께 빚어 작은 생명의 단위를 만들어보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본 프로그램은 생태복원 프로젝트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개념적 성찰에서 출발하여, 상징성을 지닌 해바라기 종의 선택을 통해 토양 정화와 생태 회복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작은 참여가 오염된 환경을 회복시키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음을 체감하도록 하는 데 의의를 둔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최재은: 약속》은 자연과 생명,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전시로 서울시립미술관 2025년 의제인 ‘행동’과 ‘행성’을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천의 필요성을 제시한다”며 “작가 최재은은 생명과 자연을 재구성하는 상상력과 예술적 사유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개인적인 실천이 자연 회복과 공생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 전시가 우리의 삶 속에서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지구와 연결되는지 다시금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다국어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도슨팅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전시장에서 제공되는 QR 코드를 통해 앱에 접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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