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950년대 올림픽 개최지가 될 뻔한 장소 중곡동 이야기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4-06-26 12: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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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국립정신병원 등 각종 특수시설이 설치된 주거시설로 급부상
▲ '간뎃말, 중곡동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표지

[뉴스스텝]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조용한 저층 주거지이지만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있는 광진구 '간뎃말, 중곡동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를 발간했다”라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서울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기록하는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곡동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는 2023년 약 1년 동안의 지역조사 결과를 담은 책으로 중곡동의 역사기록, 생활조사, 경관기록, 건축실측, 구술조사 등 다양한 조사 방법을 활용하여 중곡동을 세밀하고 충실히 기록했다.

중곡동은 한양에서 동쪽 외곽인 동교(東郊) 일대로 능행을 나가는 왕의 휴식지이자 사냥터, 군사 훈련지, 왕실 목장과 농장 등으로 이용됐다. 특히 조선시대 왕이 타는 말, 수레 및 마구와 목축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관청인 사복시(司僕寺)가 이곳을 목장으로 운영해 왕실에 말을 공급했다. 조선 후기에는 오이, 호박 등 왕실의 채소를 공급하는 농토로도 활용되면서 목장의 기능은 점차 축소됐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영화사(본래 명칭은 화양사)가 현재 구의동으로 이전하기 전에 중곡동 아차산 자락에 있었다. 세조는 중곡동 일대에서 사냥을 자주 즐겼고, 영화사 미륵불에 기도도 했다고 한다.

큰마을은 군자역 인근 용마초등학교 주변이고, 작은마을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서쪽 인근이며, 개천께는 긴고랑 개천 주변이었다. 큰마을은 중곡동 마을들의 대소사를 총괄하여 대동제, 도로보수 등 마을 행사를 도맡아 했다. 작은마을은 ‘절디(지), 절안’라고 불리던 것을 미루어 영화사 이전과 관련한 마을로 여겨진다.

근대에는 중곡동의 마을들은 장안6동이라고 지칭된 중곡리·군자리·송정리·능리·모진리·화양리 여섯 마을과 함께 조용한 농촌마을을 형성했다. 주민들은 중랑천 건너 장안평에서 벼농사를 짓거나 중곡동 일대에서는 호박, 무, 오이 등 채소를 주로 재배하며 생활했다.
용곡초등학교 밑은 ‘절디’라고 불렀어요. 옛날에 절이 있었다가 옮겨졌다 그러더라고요. 영화사로 이사 갔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산 중턱을 이절터라고 불렀죠. - 중곡동 토박이 (김종민, 임중교)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이 개최됐고, 국제경기대회를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 국가적 관심이 집중됐다. 대규모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종합경기장의 필요는 당면과제로 부각되자 건설 후보지로 중곡동이 낙점되고, 1959년에는 구체적 실행계획도 제안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혼란한 상황 속에서 1970년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반납하고 계획은 취소됐다. 경기장 건립을 위해 1958년부터 1967년에 이르기까지 지정된 공원계획은 지역의 개발을 가로막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로 인해 중곡동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인근 망우, 면목지역보다는 다소 늦게 진행됐다.

6·25전쟁의 상흔도 넘어갈 수 있었던 조용한 동네 중곡동에 새로운 특수시설들이 1950년대에 등장한다. 국립정신병원, 메리놀외방전교회, 천주교 공동묘지, 역청사업소 등이다. 특히 국립정신병원은 현재까지도 국립정신건강센터로 명칭을 변경해 지역의 대표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1967년 중곡 토지구획정리사업은 서울 최초로 민간이 조합을 결정하여 진행됐다. 서울시가 1966년 수립한 도시계획을 기초로 도로 구조가 확정되고 조합에서 세부적으로 필지를 구획했다. 재원 조달은 체비지 매각으로 이루어졌으며, ‘동부 서울의 중심부에 이상적인 대주택단지조성’으로 광고하면서 주택지가 평당 1만 5천원~2만 5천원으로 거래됐다. 특히 아차산 자락 중곡4동 일대는 대형 필지의 고급 주택지로 각광받는 동네였다. 새롭게 조성된 중곡동에는 살 곳을 찾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또한 대규모 한전 주택단지, 오디오 제조회사 천일사 등이 생겨나 삶의 공간이자 일터가 만들어졌다. 중곡동은 고향을 떠나온 많은 이들에게 정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신향(新鄕)이 됐다.

조용한 동네인 중곡동에서는 ‘최초’의 사건들이 펼쳐지기도 했다. 서울 ‘최초’의 민간 주도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이루어졌고, ‘최초’로 중앙버스전용차로(천호대로 신답로터리~구의사거리 구간, 4.5km)가 관통했으며, ‘최초’의 시민 자산화 건물 ‘공유공간 나눔’(2017년 광진주민연대 추진)도 생겨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중곡동을 기회의 땅이자 새로운 도약의 장소로,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있는 동네로 인식했다.

중곡동에 모여든 사람들은 경제적, 지리적 여건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합리성을 가지고 정착한 사람들이었다. 저렴한 주택가격, 편리한 교통, 풍부한 자연환경 조건이 주요 이유이다. 또한 아파트가 거의 없는 저층 주거지인 중곡동은 관 주도의 거시적인 계획이 작동된 지역이기보다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낸 장소라는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군자역이 7호선 타고 내려가면 강남 접근성이 좋고 5호선 타고 가면 종로니까.(중곡동 거주자, 김형무)중곡동을 고른 이유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당시에 토지가가 위치에 비해서 쌌다는 점. 강남에서 다리 4개(영동, 청담, 잠실, 올림픽대교)를 쭉 이으면 군자역이거든요. (중곡동 거주자 이명호)

서울역사박물관은 2007년 뉴타운 개발로 사라지는 지역에 대한 기록조사로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를 시작하여 2023년까지 41개 지역을 조사했다. 재개발 지역(반포, 왕십리 등), 시장(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등), 대학가(신촌, 홍대 앞 등), 산업지역(인현동, 세운상가 등), 오래된 마을(북촌, 서촌, 동촌 등) 등을 기록했다. 매년 2개 지역을 선정하여 지역 단위의 생활문화를 조사하고 있다. 2024년에는 아파트촌 용산구 이촌동과 북한산 자락 주거지 강북구 수유동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간뎃말, 중곡동'은 서울시청 지하 1층에 위치한 서울책방 매장 및 누리집, 서울역사박물관 내 기념품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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