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로마에 울려퍼진 제주의 진혼(鎭魂)…제주4·3의 아픔과 화해를 노래하다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5 13: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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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유산 등재의 해, 제주4·3을 기억하는 음악적 위로…평화와 연대의 울림
▲ 이탈리아 로마 4.3평화 레퀴엠 공연

[뉴스스텝] 제주4·3의 아픔과 화해를 담은 평화의 메시지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장엄한 레퀴엠으로 울려 퍼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4일 오후 7시(현지시간) 바티칸과 인접한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니 성당에서 ‘제주4·3평화레퀴엠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해에 마련된 이번 공연은 바티칸과 인접한 역사적 성당에서 열려 상징성을 더했다.

미켈란젤로가 설계에 참여한 성당에서 3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의 비극적 역사를 음악으로 승화시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했다.

이날 선보인 ‘제주4·3평화레퀴엠’은 제주 출신 작곡가 문효진이 작곡한 현대 진혼곡이다. 가톨릭 레퀴엠 미사의 2,000년 전통 위에 제주 여성들의 애환이 담긴 자장가 ‘웡이자랑’과 제주바다, 집단적 상실의 기억을 결합했다.

미카엘 마르투시엘로(Michele Martuciello) 이탈리아 복스 인 아르떼(Vox in Arte) 협회 회장이 총기획을 맡았고, 제주 출신이자 4·3유족인 부종배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오페라극장 성악가가 연출을 담당했다.

문효진 작곡가가 음악감독을, 파브리치오 까시(Fabrizio Cassi) 나폴리 산 카를로극장 지휘자가 지휘를 맡았다.

로마오페라극장 소속 오케스트라 단원 40명과 어린이 합창단원 6명,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합창단원 32명 등으로 구성된 ‘복스 인 아르떼(Vox in Arte) 앙상블’과 제주어린이 13명으로 구성된 중창단 ‘제주 유스코러스’가 협연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제주 유스코러스가 부른 제주어 자장가 ‘웡이자랑’과 제주 민요인 ‘이어도사나’, ‘설운아기’ 등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관객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했다.

공연에는 오영훈 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준구 주이탈리아 한국대사, 한동수 4·3평화레퀴엠 추진위원장,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 주교, 김창범 제주4·3유족회장을 비롯해 로마시청과 바티칸 관계자들, 로마시민들이 참석해 제주4·3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확인했다.

문효진 작곡가는 “제주4·3평화레퀴엠 공연을 통해 4·3영령들이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고, 희망과 다시 만날 수 있는 천국의 삶을 꿈꾸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부종배 성악가는 “제주4·3평화레퀴엠은 제주의 소리와 멜로디, 제주의 언어와 세계의 소리인 레퀴엠이 결합된 곡”이라며 “로마에서 처음 연주된 제주4·3평화레퀴엠이 더 많은 나라에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300여 명의 참석자들은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 ‘복스 인 아르떼 앙상블’과 ‘제주 유스코러스’에게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공연에 참여한 로마시민 알프레도 까시에이요(Alfredo Casciello) 씨는 “가톨릭 문화와 한국 문화가 혼합되면서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우면서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세계 평화라는 제주4·3의 비전도 매우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영훈 지사는 “유서깊은 마르티니 성당에서 진행된 제주4·3평화레퀴엠 공연은 제주4·3이 세계 평화를 위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알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인들은 진실을 마주하며 화해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상생의 길을 걸어왔으며, 그 과정은 과거사 해결의 세계적 기준이 됐다”면서 “레퀴엠의 울림이 멈추지 않는 평화의 메아리가 돼 제주와 로마, 전 세계를 향해 화해와 연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 주교는 “순교자들을 기리는 성당에서 제주4·3평화레퀴엠 공연을 개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공연이 제주4·3의 세계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연에 앞서 오영훈 지사는 문창우 주교가 집전한 ‘한국을 위한 미사’에 참석해 제주4·3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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