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재단, 디지털로 복원된 한국 시각디자인의 전설같은 작품들 DDP서 전시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2-12-13 13: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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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0~’23.2.09) 디자인둘레길 1층~지하1층 구간에서 열려
▲ 전시 포스터

[뉴스스텝] 오늘날 디자인 개발의 주체는 기업이다. 하지만 국가가 주체인 시절이 있었다. 바로 1970년 얘기다. 1970년대는 정부가 1960년 발표한 경제 성장 계획을 이어가기 위해 수출과 관광 증대를 주도하며 외화 획득에 주력했던 시기이다. 이 시기 정부는 수출 상품의 고급화를 위해 디자인과 포장 개선에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했다. 디자인 진흥기관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민간 디자인 조직들이 탄생하기 시작한 시점도 1970년대이다.

특히, 1972년은 해방 이후 독립된 주체성을 갖지 못한 채 미술의 분파로 인식되던 ‘상업미술’, ‘산업미술’, ‘응용미술’이 ‘시각디자인’을 표방하며 한국그래픽디자인협회(KSGD, Korea Society of Graphic Design, KSVD의 전신)가 설립된 해로, 한국 디자인의 중요한 변곡점이 된 때이다.

한국 디자인의 중요한 변곡점인 1970~80년 포스터 작품을 선보이는 DDP 디자인 아카이브 전시'KSVD: 1972-1993'가 지난 12월 10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 1층 디자인둘레길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 정체성 확립의 시작인 한국시각디자인협회(Korea Society of Visual Design) 설립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이후 50년간 한국 디자인의 역사를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1970~1980년 포스터 디자인에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정치, 경제, 사회적 운동이 녹아 있다. 이 시기 포스터를 통해 당시 국내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활동들이 한국 현대 시각디자인의 발전에 끼친 영향과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01_관광산업의 일꾼에서 한국미(韓國美)의 창조자로', '02_눈으로 보는 국민운동_계몽 포스터', '03_문자를 아름답게_문자문화(文字美化)', '04_디자인 변방에서 세계로', '05_국제 행사의 성공 열쇠_디자인' 5개의 소재로 구성됐다. 전시장은 총 100여 점의 디지털 복원된 포스터 작품으로 채웠다.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수출 증대와 관광산업의 활성화가 디자이너의 시대적 사명감으로 요구받던 시절, KSVD는 요구받은 역할을 넘어 수출 상품에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담고자 노력했다. 이 때문에 70~80년대의 한국 그래픽 디자인에는 외적 표현의 모방을 넘어 진정한 한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민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공공포스터(Social Poster)는 그 사회의 사상적 배경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사회의 거울’인 것이다. 70, 80년대 KSVD는 포스터 회원전을 열어 국가 정책(70년대)과 국제행사(80년대)를 위한 계몽에 앞장섰다.

지금처럼 컴퓨터나 한글 폰트가 없던 시절, 시각적 효과를 더해 문자를 도안하는 한글 레터링은 국내 디자이너들에게는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광고 매체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한글 레터링이 필수이다. 하지만 한글은 알파벳보다 글자 수도 많고 구조가 복잡해 디자인하기 쉽지 않다. 특히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성된 한글은 디자인을 적용할 때 균형감을 잡기 까다로운 구조이다. '문자문화'에서는 복잡한 ‘한글’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KSVD 회원들의 많은 고민과 도전을 엿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의 경제를 배우고 따라갔던 것처럼 한국 디자인도 선진국의 디자인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모방을 통해 빠르게 기술을 습득하는 산업과 달리, 디자인 활동에서 모방은 많은 논란이 됐다. 디자인은 ‘창의’를 요하는 활동이다 보니, 일본식은 ‘왜색’ 논란으로 서구식은 ‘빠다(Butter)’ 논란으로 누구를 따라 배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KSVD는 ‘한국스러움’을 찾아내 세계에 차근차근 알려나갔다. 이곳에서는 디자인 변방이던 한국이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해 내는 나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88 서울 올림픽’은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한 세계적인 행사이다. 이런 세계적인 행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의 디자인이 한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SVD 회장직을 네 차례에 걸쳐 수행한 고 조영제 교수(서울대학교)가 정부에 제안해 만들어진 디자인전문위워회가 주축이 되어 ‘88 서울 올림픽’ 디자인을 완성했다. 아이러브뉴욕(I♥NY)을 만든 미국 디자인의 거장 밀턴 글레이저는 역대 올림픽 엠블럼들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삼태극 엠블럼은 굉장히 뛰어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컴퓨터그래픽(CG)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CG를 이용한 포스터 제작이 이뤄진 것도 ‘88 서울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이곳에서는 국내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작업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23년 2월 9일까지 열리며 무료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DDP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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