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2호분 주인은 15세에 죽은 삼근왕(개로왕 손자)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7 12: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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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분 주인 추정 청소년 어금니 2점 출토… 웅진 초기부터 굳건한 정치 체계와 활발한 대외 교역도 확인
▲ '혼란 속에서 꽃 피운 갱위강국의 발판' 포스터

[뉴스스텝]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백제가 공주에 도읍한 475년부터 538년까지 재위한 웅진기 왕들의 묘역이 모여있는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에 대해 2023년 9월부터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제가 웅진 초기부터 이미 굳건한 정치체계와 활발한 대외교역을 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유물들과 왕실의 돌방무덤 구조와 묘역 조성 과정을 확인했다.

또한, 2호분에서 화려한 금 귀걸이와 함께 출토한 어금니(2점)의 법의학 분석결과 10대 중후반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2호분 주인이 개로왕(21대)의 직계 후손 중 유일한 10대 왕이던 삼근왕(23대, 개로왕 손자)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도 얻었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6월 17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웅진(공주) 도읍기의 왕릉인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사적) 조사 성과를 언론에 공개하고, 18일과 19일 오전 11시에는 발굴현장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 공개설명회를 진행한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가 이번에 조사한 왕릉원 1~4호분은 무령왕릉 묘역과 구분되어 북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부터 1호, 2호, 3호, 4호분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모두 도굴된 상태로 한 차례 이미 조사가 진행된 바 있었으나,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96년 만인 2023년 9월부터 재조사 중이다.

왕릉원 1~4호분에 대한 재조사의 성과는 첫째, 한성기에서 웅진기로 이어지는 백제 왕실 무덤은 내부 벽면에 석회를 바르고 바닥에 강 자갈(하천에서 채취한 자갈)을 채웠다.

왕릉원에 있는 1~4호분의 묘역 조성과정을 보면 사전에 수립한 계획에 따라 경사면을 깎아내서 완만하게 조정한 다음 가장 동쪽부터 순서대로 조성했다. 또한, 지하에 만들어진 굴식 돌방무덤은 네 벽이 급격히 좁아져서 천장을 돌 한 장으로 덮는 궁륭식(穹窿式) 구조였으며, 내부 벽면에는 모두 석회를 바르고, 바닥에는 30㎝ 두께로 강 자갈을 채워 넣은 공통점이 있었다.

둘째, 웅진 초기에도 백제의 대내외 정치 체계는 굳건히 유지됐다.

왕릉원에 있는 1~4호분 중 특히 2호분에서는 화려한 유물들이 대거 출토됐다. 2호분에서 출토된 청색의 유리옥이 달린 정교한 금 귀걸이의 경우, 백제 초창기인 한성기의 귀걸이와 웅진 후반기(무령왕릉)의 왕비 귀걸이의 중간 형태로 보임에 따라, 2호분에 묻힌 왕은 웅진 초기에 재위한 사실과 함께 당시에도 백제 왕실은 이미 높은 수준의 금세공기술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금 귀걸이와 함께 발견된 반지는 은에 줄무늬를 새기고 금을 도금했다. 재질은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의 반지는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출토된 바 있어서 웅진 초기 백제와 신라의 긴밀한 관계를 미루어 알 수 있다. 또한, 철에 은을 씌워 장식한 칼 손잡이의 오각형 고리 장식은 앞서 나주와 논산에서도 발견된 바 있어 당시 백제가 지방 수장층에게 하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웅진 도읍 초기에도 대외 교역망은 잘 유지되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유리 옥 1,000여 점이 수습됐는데, 이 중 황색과 녹색 구슬에 사용된 납 성분은 무령왕릉과 동일하게 산지가 태국으로 분석됨에 따라, 당시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교역망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2호분의 주인공은 삼근왕(23대, 477~479)으로 추정된다.

2호분에서 출토된 금 귀걸이와 함께 나온 어금니 2점에 대한 법의학 분석 결과, 어금니의 주인은 10대 중후반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2호분의 조성시기인 웅진기 초기 왕인 개로왕(21대)의 직계 후손 중 유일한 10대였던 삼근왕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1~4호분에 묻힌 인물들은 개로왕의 직계인 문주왕(22대, 웅진 천도)과 삼근왕을 비롯하여 혈연관계에 있는 왕족들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조사 성과들을 통해, 그동안 정치적으로 혼란기로만 인식됐던 웅진기 전반부터도 백제는 이미 내부 정치 체계와 대외 교역망을 잘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발판으로, 웅진 후반기에 속한 무령왕은 ‘다시 강국이 됐음(更爲强國)’을 선언할 수 있었고, 성왕은 사비로 도읍을 옮겨 한층 성숙한 문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기자간담회는 국가유산청 유튜브의 실시간 중계를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하며,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는 1971년도에 무령왕릉 발굴 현장을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에서 발췌한 음성도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 녹음 기록은 공주시에 거주하는 이재훈 님이 이사한 집에서 발견해 보관하고 있던 것을 국가유산청이 지난 1월 기증받은 것으로, 음성을 녹음한 사람은 1971년 당시 MBC 지방주재통신원 서두선 님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해당 녹음물을 국가유산청 기록관 담아이음에서 보관 중이며, 자료 중 일부는 담아이음(정부대전청사 별관동 소재)에 방문하면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앞으로도 백제 왕릉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축적된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적극 행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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