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성파선예 性坡禪藝: 성파스님의 예술세계》

최선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9 17: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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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뉴스스텝]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오는 2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 경기도박물관 전시마루에서 경기도박물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성파선예 性坡禪藝 : 성파스님의 예술세계》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의 오랜 수행(修行)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며, 2025년 신작 옻칠회화를 중심으로 옻칠염색·도자불상·도자대장경판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6m 규모의 수중 설치 옻칠회화 등 실험적 연출을 통해 ‘선예(禪藝)’의 확장된 가능성을 제시한다.

■ 전시의 성격과 의의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이 주관하는 이번 특별전 《성파선예 性坡禪藝 : 성파스님의 예술세계》는 서예, 도자, 옻칠을 아우르는 작품을 통해, “나와 남, 인간과 사물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평등하다”는 불교의 깨달음을 예술 언어로 보여주는 자리다.

성파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마친 뒤 ‘제3의 길’로 들어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예술의 연구, 그리고 실천에 주력해 왔다. 출가 전 서당 공부를 바탕으로 한시(漢詩)와 서예(書藝), 사경(寫經)에서 전통 쪽 염색과 한지, 중국 산수화(山水畵) 유학과 일본 도자기 공부 등을 거쳐 옻의 유익한 물성(방수․방충․방부)과 실용성에 주목하며 옻칠 회화로 작업을 확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성파스님의 2025년작 옻칠회화를 중심으로, 그간 통도사 서운암 밖으로 나온 적이 없는 삼천불전(三千佛殿) 도자불상 일부, 장경각(藏經閣) 16만 도자대장경판의 일부, 그리고 불교 교리 핵심인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주제로 한 작품 등 총 150여 점을 소개한다.

■ 전시 구성 (4부)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영겁(永劫) - 아득하고 먼
세상이 처음 만들어지던 아주 먼 옛날, 혹은 시간이 멈춘 듯한 우주의 시작점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성파스님이 직접 만든 삼천불전 도자불상의 일부와 ‘옻칠 그림'이 있다. 옻칠은 끈적한 액체이다. 스님은 붓으로 억지로 그리는 대신, 옻이 물처럼 흐르고 바람에 날리듯 자연스럽게 굳어지게 두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듯한 모습을 통해, 물질(옻)이 정신(예술)으로 변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제2부. 물아불이(物我不二) - 니가 내다
‘물아불이(物我不二)’는 ‘타자와 내가 다르지 않다’ 또는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는 뜻으로 상대적인 관계와 평등함을 말한다.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삼천불전 도자불상들이 모여 있다. 여기 있는 불상은 남이 아니라 바로‘나 자신'이다. 귀여운 아기 부처님도, 근엄한 부처님도 모두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물 속에 비치거나 거울에 반사되는 모습을 통해, 진짜와 가짜, 너와 나의 경계가 사라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둥글면서도 모나지 않은 ‘원(圓)'의 형상은 화엄경의‘원융무애(圓融無碍)’ 사상과도 연결된다. 원융무애는 막힘과 분별이 없으며 일체의 거리낌이 없이 두루 통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불교의 이상적 경지이다.

제3부. 문자반야(文字般若) - 글자 너머
불교 경전의 핵심인‘반야심경(般若心經)'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글자를 읽는 것보다 그 뜻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흙으로 구워 만든 ‘반야심경 도자판'으로 탑을 쌓았고, 옻으로 쓴 글씨(칠서)들을 전시했다.
"내가 가진 한 권의 경전, 종이와 먹으로 만들지 않았구나. 한 글자도 쓰여지지 않았지만, 늘상 대광명을 방출하네(我有一卷經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라는 명나라의 선승 운서주굉(雲棲株宏, 1535-1615)이 지은 『선관책진(禪關策進)』의 구절처럼, 눈에 보이는 글자(껍데기)에 얽매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진짜 깨달음(알맹이)을 보라는 뜻은 오늘날에도 여전한 화두이다.

제4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마음대로
성파스님이 가장 자유롭고 즐겁게 작업한 작품들이다. 제목 그대로 '마음대로' 유희한다. 알록달록한 색깔과 기하학적인 무늬가 가득한 옻칠 그림들이다.
스님은 "옻칠을 할 때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고 한다. 깊은 명상에 잠긴 상태에서, 손이 가는 대로 맡겨둔 그림들이다. 서양 예술의 '무의식 기법(오토마티즘)'과 비슷해 보이지만, 스님은 작품은 수행을 통해 옻과 하나가 된 경지에서 폭발하듯 그려냈다는 점이 다르다. 작가의 의도나 계획 없이, 스님 자신마저 잊고 오직 '옻칠' 그 자체가 되어버린 몰입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 전시 연출
‘성파선예(性坡禪藝)’는 수행자(修行者)의 예술이다. 문인(文人)의 그림을 ‘문인화(文人畵)’라고 하듯 선승(禪僧)의 그림을 ‘선화(禪畵)’라 했다. ‘선예(禪藝)’는 ‘화(畵)’의 영역을 ‘예술(藝術)’로 확장한 의미이다. 다시 말해 수행자 성파가 하는 예술의 본질이자 정수를 말한다.

전시장에는 벽에 걸린 주요한 작품 외에 공중에 내건 옻칠염색 작품과 수중에 잠긴 옻칠 회화 작품이 연출된다.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성파 스님은 개막식 당일부터 3일간 드론과 비행선을 이용한 옻칠 염색 작품의 공중 전시를 시도할 예정이다.

■ 전시 연계 프로그램
전시 기간 중에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파스님의 수행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 연계 특강과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3월과 4월에 각각 2회씩 열리는 특강에는 김한수(조선일보 종교전문기자), 정종미(한국화가, 재료학자), 노성환(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윤재갑(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감독) 강사가 나서며, 5월에는 금강스님(중앙승가대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작가(성파스님)와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다.

설날에는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연계 참여프로그램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지”(옻구슬 소원팔찌 만들기)를 운영한다. 2월14일부터 2월18일까지 4일간(설날 당일제외) 운영하며 선착순 현장 접수로 운영한다. 또한 3~ 4월에는 성인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박물관 박본수 관장직무대행은 “이번 전시를 통해 수행자이자 예술가인 성파스님이 전통문화에 기울여온 관심과 미술 재료에 대한 탐구·실험정신을 대중이 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하길 바란다”며 “아울러 ‘마음가짐(마음먹기)’의 중요성을 비롯해 깨달음과 자유, 공존과 배려 등 오늘의 사회에 필요한 가치들을 느끼고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경기도박물관 전시마루에서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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